
[파람이 간다] 한국로슈 이도경 선배님을 만나다 | 임상개발(Clinical Operations)편
이도경 동문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97학번으로, 현재 글로벌 제약기업 한국로슈(Roche Korea)에서 Country Study Start up Team Leader(cSTL)로 근무하고 있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로슈는 세계 최대 바이오 제약기업이자 진단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표적·면역항암제와 맞춤의료(Personalised Healthcare) 영역을 선도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Clinical Operations(임상시험 운영) 분야에 관심을 가진 약학대학 재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진로 탐색과 커리어 설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 인터뷰를 진행 중인 한국로슈 이도경 cSTL
Ⅰ. 동문 및 커리어 소개
Q1. 먼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후배들에게 선배님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현재 맡고 계신 업무와 지금까지의 주요 커리어를 중심으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성모병원에서 임상약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제약산업 마케팅, CRA(Clinical Research Associate), CTM(Clinical Trial Manager), 그리고 GSK(GlaxoSmithKline)의 Local Delivery Lead(LDL) Manager를 거쳐 올해 초 한국로슈의 Country Study Start up Team Leader(cSTL)로 입사했습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cSTL 직무는 로슈의 혁신적인 글로벌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초기 준비 단계(Study Start-Up)의 전반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인허가, 승인, 계약, 인프라 구축을 총괄하는 역할입니다. 백신, 감염병, 종양학(Oncology), 혈액암, 만성 질환 등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임상 프로그램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국내에 빠르게 도입해 환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Q2. 약학대학 졸업 후 여러 진로 가운데 제약회사의 Clinical Operations 분야를 선택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부 시절부터 임상시험 및 신약개발 분야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혹은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있었는지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A. 어릴 적 제 꿈은 '과학자'였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직업명을 그려본 것은 아니었지만, 늘 첨단 과학과 혁신의 최전선에 서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약대를 졸업한 후 성모병원에서 임상약사 인턴십을 하며 의약품이 실제로 환자에게 사용되는 현장을 경험했고, 이후 제약회사 마케팅을 거치며 의약품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넓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후 새로운 작용기전의 약물과 최신 치료법을 다루고 글로벌 전문가 및 국내 연구진과 긴밀히 소통하며 치료제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Clinical Operations 분야의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에 이끌려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Q3. 지금의 자리까지 오시는 과정에서 선배님의 커리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경험이나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첫 직장 선택이나 직무 전환, 새로운 도전을 결정하셨던 순간 등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커리어의 가장 큰 전환점은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Comfort Zone)을 과감히 깰 때 찾아왔습니다. 병원 임상약사나 제약사 마케팅 경험도 값진 자산이었지만, 신약개발의 가장 뜨거운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기 위해 CRA로 직무를 전환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커리어에서 중요한 것은 진입장벽이 느껴지더라도 용기 있게 선점하는 '시작'입니다. 마케팅에서 CRA로, CRO를 거쳐 글로벌 제약사의 리더로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의미 없는 경험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장은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순간들도 결국 다채로운 문제 해결 능력과 깊은 통찰력이라는 결실로 돌아왔습니다.
▶ 한국로슈(Roche Korea) 사내 로고
Ⅱ. 글로벌 제약회사 Clinical Operations의 실제 업무
Q4. 현재 담당하고 계신 Country Study Start up Team Leader(cSTL)라는 직무를 후배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신약의 임상개발 과정에서 Study Start Up이 어느 단계에 해당하며, 선배님께서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임상시험 과정을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면, Study Start Up(SSU)은 기초 공사를 하고 설계도와 인허가를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글로벌 본사에서 임상시험 프로토콜이 완성되면 이를 국내 환경에 맞게 적용하여 첫 대상자가 등록(First Patient In)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전체 과정입니다. cSTL은 국내 Start-Up 전략 수립, 연구기관과의 예산 협상 및 계약 총괄, 프로세스 표준화와 자동화를 통한 신속한 임상시험 개시 지원 등의 핵심 책임을 집니다.
Q5. 하나의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실제로 시작되기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 과정이 이루어지나요?
A. 전반적인 흐름은 ‘타당성 평가 및 연구기관 선정(Feasibility & Site Selection)’으로 시작됩니다. 이후 식약처(MFDS) 및 IRB 승인 신청을 진행하며, 환자가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알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동의서와 수반 문서를 국문으로 번역하고 검토합니다. 다음으로 연구기관과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기준 아래 병원 연구비 계약 및 예산 체결을 완료합니다. 모든 승인과 계약이 끝나면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전달하고 개시 방문(Initiation Visit)을 거쳐 본격적으로 환자를 모집하는 시험기관 개시(Site Activation) 단계를 밟습니다. SSU팀은 이 모든 단계에서 일정을 조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젝트 리드(Project Lead)' 역할을 수행합니다.
Q6. 글로벌 제약회사의 Clinical Operations 조직에서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A. Clinical Operations는 중추적인 허브(Hub) 역할을 담당합니다. 글로벌 팀(Global Study Team)과는 글로벌 임상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한국의 규제적·임상적 특성을 반영하도록 조율합니다. 국내에서는 의학부(Medical Affairs), 허가팀(Regulatory Affairs), 법무 및 재무 부서(Legal/Finance) 등과 긴밀히 협력합니다. 외부적으로는 식약처, 병원 연구자, 연구 간호사(CRC), 파트너 CRO와 소통합니다.
Q7. 업무를 수행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기존에 치료제가 없던 난치성 질환 환자가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을 투여받고 다시 삶의 희망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입니다. 나아가 임상시험이 성공하여 국내 허가와 시판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환자들의 치료와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때 깊은 보람을 느낍니다. 반면 가장 어려운 점은 규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예기치 못한 승인 지연 등 불확실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입니다. 이때는 조급하게 타협하기보다, 데이터의 윤리적·과학적 정당성과 환자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유연하게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Ⅲ. ‘약사’라는 배경과 전문성
Q8. 약학대학에서 공부한 전공 지식과 약사로서의 배경이 현업에서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A. 약대에서 쌓은 학문적 깊이는 신약개발 현장에서의 기초 체력이 됩니다. 약물동력학(PK/PD), 약리학, 병태생리학에 대한 이해는 글로벌 팀이나 국내 연구진과 대화할 때 보다 더 자신감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과학적 사고 체계는 복잡한 임상시험 프로토콜의 논리를 빠르게 파악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약사'라는 전문적인 배경은 외부 현장과의 협력 과정에서 든든한 신뢰를 형성하는 훌륭한 바탕이 됩니다.
Q9.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약학 지식 외에 새롭게 갖추어야 했던 역량은 무엇인가요?
A. 약학 지식에 더해 비즈니스와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체계적인 일정·예산·리스크 관리를 위해 PMP(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 자격증을 취득해 실무에 적용했고, 글로벌 팀과의 협업을 위한 비즈니스 영어뿐만 아니라 의견 조율을 위한 협상력과 리더십 역시 꾸준히 길러야 했습니다.
Q10. 좋은 Clinical Operations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A. 단언컨대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따뜻한 인성과 협력하는 태도'입니다. 사회는 동료와 경쟁하는 곳이 아니며, 이기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과는 누구도 다시 일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다정하게 소통하고 겸손하게 배우는 사람은 팀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며 빠르게 성장합니다. 업계 평판이 매우 중요하므로 따뜻한 말과 배려가 뜻밖의 기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맡은 바를 끝까지 책임지는 실행력과 예기치 못한 실패 속에서도 교훈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역시 핵심 역량입니다.
▶ 로슈(Roche)사의 내부 모습
Ⅳ. 커리어 성장과 글로벌 제약회사에서의 일
Q11. 실무자에서 팀 리더로 성장하며 직급과 책임이 높아질수록 중요해진 역량은 무엇인가요?
A. 실무자 시절에는 자신에게 맡겨진 과제를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리더가 된 지금은 사람을 세우는 리더십(People Leadership)과 커리어의 완급을 조절하는 지혜가 훨씬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리더는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력자이자 코치여야 하며, 팀이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Q12.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느끼는 직무의 매력과 롱런하기 위한 원칙은 무엇인가요?
A. 최첨단 과학의 중심에서 글로벌 기준(Global Standard)을 직접 경험하며 혁신 신약을 가장 먼저 접해 인류 건강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입니다. 커리어를 지속하기 위한 세 가지 원칙으로는
1. 일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보람을 찾을 것,
2. 커리어의 완급 조절을 두려워하지 말 것,
3. 꾸준한 운동을 통한 체력 관리
를 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둘째 아이 양육 시기에 잠시 속도를 늦췄던 단단한 쉼표가 다시 나아갈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Ⅴ. 중앙대 약대 후배들에게
Q13. 학부 시절의 경험 중 현재 커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학업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를 경험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약대 실험반 활동을 하며 나눈 소통과 다채로운 경험은 훗날 제약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협력하는 데 따뜻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Q14. 취업을 준비할 때 적합한 직무를 찾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한가요?
A. 스스로 어떤 일을 즐거워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Clinical Operations 분야는 새로운 질환과 첨단 치료법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협업을 통해 목표를 완성하는 데 기쁨을 느끼는 사람, 변화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지금 당장 완벽한 커리어 지도를 그리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제약 업계에서는 모든 경험이 자산이 되므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Q15. 마지막으로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후배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A. 후배들은 이미 충분히 훌륭한 가능성과 역량을 품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회사를 경쟁의 공간이 아닌 함께 성장하고 꿈을 나누는 따뜻한 협력의 장으로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겸손함과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에 손을 내밀 줄 아는 근사한 동료가 된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멋진 곳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 / Pharam 4기 진유나(제약학과 4학년)
Pharam 4기 박정민(약학부 3학년)
Pharam 4기 조한영(약학부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