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람이 간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소현 보건연구사를 만나다 | 공직편
이번 ‘파람이 간다’ 시리즈는 공직편으로,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홍보대사 파람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김소현 보건연구사를 인터뷰했다.
김소현 보건연구사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04학번으로, 최형균 교수의 천연물생명공학 및 대사체학연구실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약독물 감정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마약류 감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약학 지식이 법과학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소현 보건연구사
Q.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소현입니다.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04학번으로 입학해 학부를 졸업한 뒤, 최형균 교수님의 천연물생명공학 및 대사체학연구실에서 석사와 박사학위 과정을 마쳤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입사한 후에는 약독물실에서 근무하며 약독물 감정 업무를 담당했고, 지난 6월 30일까지 해당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7월 1일부터는 마약류와 관련된 감정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 약학대학 졸업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여러 진로를 알아보던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채용 공고를 보게되었습니다. 마침 먼저 국과수에 입사한 대학 동기가 있어, 실제 업무와 근무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과수에서는 사건과 관련해 의뢰된 시료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감정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정해진 분석 범위 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원하게 됐습니다.
물론 실제로 입사해 보니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물질과 사건을 다뤄야 했습니다. 분석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새로운 물질을 직접 찾아내야 하는 일도 있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연구와 비슷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Q. 약국이나 병원, 제약회사와 비교했을 때 국과수라는 진로가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는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국과 병원, 제약회사 역시 국민 건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사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반면 국과수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어려움과 억울함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데 업무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제가 분석한 결과가 사건의 원인을 밝히거나 누군가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명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분위기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과수에서는 공적인 목적을 위해 동료들이 서로 협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실험실 선후배처럼 서로의 분석과 업무를 도와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저는 이러한 동료 관계도 국과수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과수의 독성·마약류·약독물 감정은 일반 연구실이나 제약회사 품질관리 분석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크게 세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료의 특성입니다. 제약회사의 품질관리 업무는 비교적 깨끗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생산된 제품을 분석합니다. 반면 국과수에는 변사자의 혈액이나 위 내용물, 장기 조직과 같은 생체시료가 들어옵니다. 시신의 상태나 발견 당시의 환경에 따라 부패가 진행된 시료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채취한 시료와 사후에 채취한 시료는 조건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분석과 해석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제약회사에서는 특정 제품에 포함되어야 할 성분을 대상으로 분석하지만, 국과수에서는 어떤 물질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분석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변사자가 어떤 약물이나 독물을 복용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성분을 알 수 없는 백색 분말이나 액체가 감정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가능한 물질들을 추정하고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결과가 갖는 무게입니다. 국과수가 발행한 감정서는 수사와 재판에서 과학적 증거로 사용됩니다. 마약류 감정에서 양성 결과가 나오면 피의자의 수사와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대로 억울하게 의심받던 사람이 혐의를 벗는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의 분석 결과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Q. 하나의 감정 업무는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나요?
마약류 감정과 약독물 감정은 의뢰되는 과정에 차이가 있습니다.
마약류의 경우 경찰, 검찰, 세관 등 수사기관에서 압수한 물질이나 피의자의 소변·모발 등의 시료를 국과수에 의뢰합니다. 감정물이 접수되면 시료의 상태와 의뢰 내용을 확인하고, 전처리와 기기분석을 진행합니다. 이후 분석 결과를 해석해 감정서를 작성하고, 의뢰한 수사기관에 결과를 회보합니다.
약독물 감정은 주로 변사 사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변사자가 발견되면 법의학과에서 부검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채취한 혈액, 위 내용물, 장기 조직 등의 시료가 약독물실에 의뢰됩니다. 저희가 시료를 전처리하고 기기분석을 실시한 뒤 약물이나 독물의 종류와 혈중농도를 해석해 감정서를 작성합니다.
부검의는 약독물 감정 결과뿐 아니라 혈중알코올, 임상화학 검사 등 다양한 감정 결과와 부검 소견을 종합해 최종 부검감정서를 작성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회보합니다.
Q. 약물학, 독성학, 분석화학, 약물동태학 등 약대에서 배운 지식은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나요?
약대에서 약물과 관련된 용어나 개념을 한 번이라도 접해봤다는 것 자체가 큰 강점입니다. 업무에 필요한 세부 내용은 입사 후 다시 공부할 수 있지만, ADME나 약물대사효소처럼 기본적인 개념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 처음 접하는 사람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약물동태학은 생체시료에서 약물이 검출되는 양상과 농도를 해석할 때 중요합니다. 수용성이 강한 약물은 비교적 빠르게 소변으로 배설될 수 있고, 지용성이 강한 약물은 조직에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약물을 복용한 시점과 시료를 채취한 시점에 따라 검출 가능성도 달라집니다.
또한 여러 약물이 같은 대사효소의 영향을 받으면 약물 간 경쟁이나 상호작용으로 인해 대사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개인이 보유한 대사효소의 특성이나 복용한 약물의 개수에 따라서도 혈중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측정된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약물의 체내 움직임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약물학 지식은 검출된 성분이 어떤 질환에 사용되는 약인지, 어떤 작용과 이상반응을 나타내는지 판단하는 데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심혈관계 약물이나 정신신경계 약물이 검출되었다면 변사자의 질환과 치료 이력을 추정하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분석화학은 생체시료에서 성분을 분리하고 검출하는 업무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며, 독성학은 검출된 농도가 일반적인 치료농도인지,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농도인지 판단하는 데 필요합니다. 독극물이 인체에 어떤 기전으로 영향을 주어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도 독성학적 지식이 활용됩니다.
Q. 법독성학 분야에서 약사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과수의 업무는 기기에서 나온 수치나 양성·음성 결과만 전달하는 일이 아닙니다. 약독물 감정에서는 검출된 물질과 농도가 실제로 변사자의 상태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약물의 효능, 독성, 대사 과정, 상호작용뿐 아니라 변사자의 지병과 치료 이력, 사건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약사는 약물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정보를 연결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약물이 체내에서 대사된 후에는 원래 형태가 아니라 대사체로만 검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물대사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원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잘못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약학적 배경은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고 분석 결과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최근 신종·변종 마약류가 증가하면서 현장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역량이 있나요?
신종마약은 아직 표준품이나 정립된 분석법이 확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분석이 어렵습니다. 기존 마약류의 구조에서 원소나 작용기 하나만 바뀐 형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물질을 판별하려면 유기화학에 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현장에서는 정확한 질량을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측정할 수 있는 고분해능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물질의 분자량과 이온이 분해되는 양상을 확인합니다. 필요할 때는 NMR과 같은 분석 장비를 활용해 구조를 규명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신종마약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유기화학과 기기분석을 충실히 공부하고, 질량분석 데이터나 NMR 스펙트럼을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분석 장비를 다루는 기술 외에 국과수 연구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고, 한 사람의 인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확성과 정직성입니다. 작은 오염이나 실수로 인해 실제 음성인 시료를 양성으로 판단하는 위양성 결과가 발생한다면 당사자뿐 아니라 국과수 전체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서에는 담당 감정인의 이름과 직인이 기재됩니다. 이는 자신이 수행한 모든 실험 과정과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합니다. 감정서를 읽는 사람은 약학적 지식이 없는 수사관이나 법조인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분석 결과를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감정서가 나간 후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추가 설명이나 자문을 요청받기도 하며, 압수품 반환 등의 과정에서도 수사기관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해야 합니다. 연구기관이라고 해서 실험만 잘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Q. 국과수에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분석한 결과가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국과수에는 변사자의 생체시료뿐 아니라 음식, 생활제품,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말이나 액체 등 다양한 감정물이 의뢰됩니다. 이러한 시료를 분석해 사건과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실질적인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반대로 어렵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마약류 감정인은 감정 결과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재판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기도 합니다. 특히 피고인이 결과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분석 과정의 적절성과 결과의 신뢰성을 직접 설명해야 합니다. 감정 후 5~6년이 지나 증인으로 소환되는 경우도 있어, 당시의 실험 과정과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책임 있게 답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을 느낍니다.
Q. 국과수나 법과학 분야에 관심 있는 약대생이라면 학부 시절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분석화학, 약물학, 독성학, 약물동태학과 같은 과목을 충실히 공부하면 좋습니다. 여기에 유기화학과 기기분석 관련 지식도 갖추어 둔다면 신종마약이나 미지 물질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학부 연구생이나 실험실 실습에 참여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짧은 기간에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모두 얻기는 어렵지만, 피펫이나 실험 도구를 직접 사용하고 분석 장비 앞에 서보며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경험 자체가 큰 도움이 됩니다.
자신이 실험실 환경과 잘 맞는지, 반복되는 분석 과정을 꼼꼼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국과수나 다른 공공기관의 심화실무실습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학부 시절에는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수업에 충실히 참여하고 약학의 기본 개념을 익히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학생 때는 배운 내용이 실제로 어디에 사용되는지 체감하기 어렵고,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장에 들어오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스스로 깨닫게 되고, 그때 훨씬 절실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됩니다. 학부 때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외우지 못했더라도 수업에서 용어와 개념을 접해본 경험은 나중에 큰 자산이 됩니다.
그와 함께 동아리, 여행, 대외활동, 취재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경제적인 여유는 생길 수 있지만 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저도 학부 시절 중앙동아리 활동을 하며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 경험들이 지금도 좋은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과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과 사고를 다루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약학 지식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이해도 중요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경험이나 지식도 언젠가 사건을 이해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약사의 진로는 약국, 병원, 제약회사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후배 여러분도 여러 분야를 직접 경험하며 자신이 가진 약학 지식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싶은지 찾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소현 보건연구사의 이야기를 통해 약학은 환자에게 약을 전달하는 일을 넘어, 사건과 사고 속에서 과학적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한 분석 결과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책임감을 견디는 직업.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약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익과 정의에 기여하고 싶은 약대생에게 새로운 진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바쁘신 와중에도 귀중한 경험과 진솔한 조언을 들려주신 김소현 보건연구사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 인터뷰 김소현 보건연구사와 파람 4기의 단체사진 촬영
취재/Pharam 4기 나윤성(제약학 전공 4학년)
남서윤(제약학 전공 4학년)
박정민(약학부 3학년)
조한영(약학부 3학년)
배규영(약학부 1학년)